기자수첩

[논설] 김민석 대표 조문 과정에서 불거진 주차 논란…해명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질서와 책임의식이다

응급환자 전용 주차구역에 의전 차량…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 엄격해야 한다

이호현 기자hyeon5962@NAVER.COM입력 2026.10.22 15:34조회 1

[뉴스폭탄=이호현 기자] 응급환자에게 병원 응급실 앞 공간은 단순한 주차장이 아니다. 위급한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고, 의료진이 필요한 조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확보해야 하는 생명과 직결된 공간이다. 그렇기에 응급환자 전용 주차구역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정치인의 의전 차량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최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순직 소방관을 조문하는 과정에서 대표 측 차량이 병원의 응급환자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보도된 해명에 따르면 대표 측은 병원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해당 구역에 주차했으며, 이후 차량을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대표가 직접 주차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도 나왔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누구의 지시였는지만이 아니다. 해당 구역이 응급환자를 위해 지정된 공간이었다면 주차 과정에서 그 용도와 규정을 확인했어야 한다. 병원 관계자의 안내가 있었다고 해도 지정된 공간의 목적을 훼손한 결과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물론 차량을 운전하거나 주차를 결정한 사람과 현장에 동행한 정치인의 책임은 구분해 살펴야 한다. 구체적인 경위와 지시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민석 대표가 직접 불법 주차를 지시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대표의 공식 일정에 동행한 의전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수행 체계와 현장 확인 절차를 점검할 책임은 남는다.

더욱이 응급환자 전용 구역은 일반적인 주차 공간과 다르다. 단 몇 분의 주차라도 환자 이송이나 보호자의 접근에 불편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응급환자의 진입이 방해받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하지만, 그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지정된 공간이라는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 주차 시간이 30분이었는지, 그보다 짧았는지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지켜야 할 공간을 처음부터 비워두었느냐가 핵심이다.

정치권은 공공장소에서의 작은 행동도 국민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되는지 살펴야 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면, 그 추모의 의미는 말뿐 아니라 행동에서도 드러나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헌신을 기리는 자리에서 응급환자를 위한 공간이 의전 차량으로 사용됐다면 국민이 그 장면을 모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김민석 대표 측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차량 배차와 주차 안내, 수행 인력의 현장 확인 절차를 점검하고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병원 측의 안내가 있었다면 그 안내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도 확인해 관련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을 특정 정당만의 문제로 축소해서도 안 된다. 공직자와 정치인의 의전 차량이 일반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공공질서를 훼손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느 정당이든 같은 기준으로 비판받아야 한다. 국민에게 법과 질서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정치권부터 스스로 그 원칙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품격은 높은 자리에 있다는 사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편의를 얼마나 절제하고, 다른 사람의 불편과 위험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느냐에서 드러난다. 권한이 클수록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응급환자 전용 주차구역은 누구의 의전보다 우선한다. 정치인의 일정도, 수행 차량의 편의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앞설 수 없다. 이번 일을 단순한 주차 실수로 넘기지 말고, 정치권의 의전 관행과 공공장소 이용 원칙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응급환자를 위한 공간을 비워두는 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규칙을 지키는 일, 잘못이 발생했을 때 책임 있게 바로잡는 일에서 시작된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 엄격한 자기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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