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예산은 줄어도 희생의 무게까지 줄어서는 안 된다

도비 1억 원 투입했던 지난해 행사…올해는 예산 전액 삭감에 60여 명 참석으로 축소 재정위기 속에서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소방관에 대한 예우는 지켜져야

이호현 기자입력 2026.10.26 22:10

[경기도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4일 '제2회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를 맞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내 해태공원에서 순직 소방관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4일 '제2회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를 맞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내 해태공원에서 순직 소방관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연합뉴스사진)

[뉴스폭탄=이호현 기자] 순직 소방관을 기억하는 일은 단순한 기념행사가 아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의 생명을 구하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희생을 사회가 어떻게 기억하고 책임질 것인지 보여주는 약속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경기도의 ‘119메모리얼데이’가 대폭 축소된 현실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경기도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제2회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연합뉴스사진)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 열린

‘제2회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에는 순직 소방관 유가족 14명을 비롯해 추미애 지사와 소방 관계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헌화와 분향, 묵념을 하며 먼저 떠난 동료들의 넋을 기렸다.

추모의 의미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사의 규모와 운영 방식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19일 열린 제1회 행사에는 도비 1억 원이 투입됐다.

소방 청사와 잔디마당 일대에서 7시간 동안 추모 걷기,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응급처치 및 화재진압장비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순직 소방공무원 13명의 생전 모습과 사연을 담은 초상화도 전시됐다

유가족과 소방관뿐 아니라 일반 도민까지 참여해 희생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당시 참석자는 5천500여 명에 달했다.

반면 올해는 경기도의 감액 추경 과정에서 행사 예산 1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행사는 소방재난본부 자체 사무관리비 약 750만 원으로 치러졌고, 일반 도민을 대상으로 한 추모·체험 프로그램은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유가족 중심의 2시간짜리 기념식과 헌화식으로 축소됐다.

물론 지방재정이 어려울 때 예산을 조정하는 일 자체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는 행정이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다.

그러나 예산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특히 소방관은 화재와 구조·구급 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뒤로한 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공직자다.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행사는 유가족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현직 소방관에게는 안전한 근무환경과 정당한 예우를 약속하는 자리이며,

시민에게는 재난 현장의 위험과 소방공무원의 역할을 이해하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추미애 지사는 이날 추모사에서 “소방관이 지켜야 할 생명에는 소방관 자신의 생명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

며 현장의 목소리를 안전대책에 반영하고 소방관의 처우와 예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말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약속을 어떻게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가느냐다.

소방관의 안전을 강조하면서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시민과 공유하는 행사에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정용우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순직 소방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동료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행사는

확대·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모가 현직 소방관의 자긍심을 높이고 위험한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취지다.

행사의 가치는 참석자 수나 투입 예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작은 추모식이라도 진심과 존중이 담길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천500여 명이 참여했던 행사가 올해 60여 명 규모로 줄었다면,

단순히 예산 절감의 성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민 참여와 추모의 공공성이 얼마나 유지됐는지도 살펴야 한다.

경기도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행사를 축소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 예산을 다시 편성할 수 있는지, 민관 협력을 통해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유가족 예우와 소방관 안전대책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순직 소방관의 희생은 예산 항목 하나로 평가할 수 없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지출의 우선순위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다 희생한 이들을 기억하는 일은 행정이 선택적으로 베푸는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지켜야 할 책임이기 때문이다.

추모행사는 하루로 끝나지만, 희생을 기억하고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책임은 계속돼야 한다.

경기도가 밝힌 처우 개선과 예우 강화의 약속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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