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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길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 ‘살펴서 대피’

아파트 화재, 불이 난 위치와 연기 유입 여부에 따라 대피 방법 달라져 불조심 강조의 달 11월, 우리 집 피난시설부터 확인해야

이호현 기자입력 2026.10.26 21:02조회 1

생활안전팀장 소방경 박병진

▲ 생활안전팀장 소방경 박병진

[뉴스폭탄=이호현 기자] 아파트에서 화재경보가 울리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단 집 밖으로 뛰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재 상황에서 무조건 대피하는 것이 언제나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불이 난 위치와 연기 확산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대피하다가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시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불길뿐만이 아니다. 뜨겁고 유독한 연기는 복도와 계단을 따라 빠르게 퍼지며 대피로를 위험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상황을 확인하지 않은 채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가 연기가 가득 찬 계단실에 노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 화재에서는 ‘무조건 대피’보다 상황을 먼저 확인하고 행동하는 **‘살펴서 대피’**가 중요하다. 화재가 발생한 위치와 우리 집으로 불길이나 연기가 들어오는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피로가 확보돼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다른 세대에서 불이 났다면 먼저 현관문과 문틈, 창문 주변을 살펴 연기가 들어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집 안으로 불길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고 실내에 머무는 것이 안전하다면 현관문과 창문을 닫고, 119에 신고해 화재 상황과 대피 방법에 대한 안내를 받아야 한다. 연기가 가득 찬 복도나 계단으로 무리하게 나서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반대로 우리 집에서 불이 났다면 신속한 대피가 우선이다. 연기와 불길을 피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 대피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대피할 때는 현관문을 닫아 불길과 연기가 다른 공간으로 확산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관 쪽에 불길이나 연기가 있어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면 무리하게 문을 열고 나서서는 안 된다. 이때는 아파트에 설치된 피난시설과 실내 상황을 고려해 행동해야 한다. 대피공간으로 이동하거나 경량칸막이를 통해 인접 세대로 대피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시설의 종류와 위치, 실제 화재 상황에 따라 가능한 대피 방법은 달라진다. 하향식 피난구나 완강기 등이 설치된 경우에도 사용법과 이용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피난시설은 위급한 순간에 처음 찾아서는 안 된다. 경량칸막이 앞에 수납장을 놓거나 대피공간을 창고처럼 사용하면 정작 필요한 순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 피난시설 주변에는 물건을 쌓아두지 말고, 가족 모두가 위치와 사용 방법을 알아두어야 한다.

연기가 문틈으로 스며드는 순간, 우리 가족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까. 베란다의 경량칸막이와 대피공간은 어디에 있으며, 옥상 출입문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선뜻 답하기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가족과 함께 집 안을 둘러보자. 우리 집 구조와 피난시설을 확인하는 작은 행동이 위급한 순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기구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전열기구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화재 예방 수칙을 생활화해야 한다. 화재경보기와 소화기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가족과 함께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필요하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대비는 미리 할 수 있다. 불이 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살피며 올바르게 판단하려면 평소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오늘 우리 집 피난시설을 확인하는 5분. 그 작은 실천이 위급한 순간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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