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에 물 주기부터 학부모 민원까지"… 학교장 지시 한마디에 무너지는 행정실무사의 하루
[뉴스폭탄=이호현 기자] 화단의 꽃에 물을 주는 일부터 학부모 민원 전화 응대까지. 학교 행정실무사들이 불명확한 업무 기준과 인력 부족, 수당 문제 등으로 겪는 고충을 호소했다.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실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손솔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행정실무사 학교현장 고충 간담회’를 열고 경기도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행정실무사들의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교장 지시에 따른 업무 범위의 불명확성, 교원 행정업무 경감 과정에서의 업무 전가, 학교별 인력 배치 문제, 직무수당과 초과근무수당 지급 방식 등이 주요 개선 과제로 제기됐다.
■ “학교장 재량”에 맡겨진 업무…기준 마련 목소리
참석자들은 학교마다 업무분장 기준이 다르고, 학교장 지시에 따라 담당 업무가 달라지는 구조를 주요 고충으로 꼽았다.
간담회에서는 화단의 꽃 옮기기와 화분 물 주기, 교무실 쓰레기통 비우기, 과일 깎기와 매실청 담그기, 특정 브랜드의 슬리퍼 구매 심부름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행정실무사의 직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본래 업무와 직접 관련성이 불분명한 일까지 맡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 초등학교 행정실무사는 “학교장 재량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데, 그 재량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며 “교육청에 문의해도 학교장 권한이라 관여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교사 여러 명이 한 명의 행정실무사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휴가 중이거나 병원에 있는 상황에서도 업무 전화를 받아야 했다는 사례도 공유됐다.
참석자들은 업무분장 표준 매뉴얼을 마련하고 학교장의 업무 지시 권한과 직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교원 행정업무 경감, 실무사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나
교원의 행정업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관련 업무가 행정실무사에게 넘어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유치원 행정실무사는 “행정실무사를 증원하겠다던 약속은 무산되고 업무만 넘어왔다”고 토로했다.
담임교사가 담당해야 할 학부모 민원 전화까지 행정실무사가 받고 처리하는 사례도 거론됐다. 참석자들은 업무가 추가되는 상황에서도 인력 확충과 업무 조정 등 실질적인 대책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원 행정업무 경감이 특정 직종의 업무 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무 이관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학부모 민원 대응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생 수·학교 유형 고려한 인력 배치 필요
학교 규모와 학생 수, 학교급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인력 배치 기준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유치원에서는 행정실무사 한 명이 행정·교무 업무뿐 아니라 등·하원 시간 정문 개방, 원아 급식 지도, 놀이터 관리, 택배 업무까지 맡는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학교별 업무량과 교육환경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일률적인 인력 배치에서 벗어나 학생 수와 학교 유형 등을 고려한 적정 인력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치원과 특성화고 등 업무 부담이 큰 학교에 대한 인력 확충도 요구했다.
■ 직무수당·초과근무수당 놓고 처우 개선 요구
임금과 수당 문제 역시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경기도 행정실무사가 일부 다른 시·도에서 지급하는 직무수당과 관리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당 신설을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몇 년째 투쟁했지만 단 1원도 받지 못했다”며 “일은 힘들고 자존감은 낮아지는데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초과근무수당 지급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학교 예산에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구조 때문에 초과근무를 신청하기 어렵고, 신청 과정에서 눈치를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직종과의 임금 차이, 성과상여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 직종 전환 시 연수와 업무 매뉴얼 부족, 공무원과 달리 병가·연가 사유를 기재해야 하는 관행 등이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
■ 업무 기준부터 인력·임금까지…개선 요구 이어져
간담회 참석자들은 학교 행정실무사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요구했다.
업무분장 표준 매뉴얼 마련 및 학교장 지시 권한 범위 명확화
학생 수·학교급·학교 유형을 반영한 적정 인력 배치
유치원·특성화고 등 업무 부담이 큰 학교의 인력 확충
직무수당·관리수당 신설
초과근무수당의 경기도교육청 직접 지급
직종별 연수 체계와 업무 매뉴얼 마련
학부모 민원 대응 업무에 대한 대책 수립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
손솔 의원은 “행정실무사 선생님들은 학교 행정이 멈추지 않도록 묵묵히 일해 오셨지만, 학교장이 바뀔 때마다 업무가 달라지고 과도한 지시에 시달리고 있다”며 “같은 일을 하는데 학교마다,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업무 기준 마련과 적정 인력 배치, 정당한 수당 지급을 위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찾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요구는 학교 행정실무사의 직무 범위와 인력 운영, 임금·수당 체계를 둘러싼 문제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장의 고충이 제도 개선과 실질적인 처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